“함께”여서 행복한 시간들
“시간 되는 사람은 이번주 금요일에 애들 재워놓고 모여서 맥주나 한 잔 할까?”

“오케이, 콜!”
이런 대화를 서슴없이 하던 시절이 있었다. 주중에 아이들 학교 보내랴, 치료실 다니랴, 또 열심히 놀이다 공부다 시키며 엄마로서 노력한 나에게 주는 일종의 상이었다. 물론 만남의 상대는 대부분 우리 <모두 다 꽃이야> 멤버들이었다.
아이와 어떤 실랑이를 했는지, 아이로 인한 가족 외 다른 사람들과의 갈등 상황이나 아이의 성장해가는 모습 등을 공유하며 서로에게 위로와 격려가 되어 주었다. 그리고 장애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도 비장애 엄마들과 다르지 않음을 확인하는, 말 그대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었다.
장애 아이를 키우고, 장애인복지 관련 일을 하다 보니 다양한 장애를 가진 당사자와 부모님들을 만나게 된다. 그 중 발달장애 아동을 키우는 엄마들을 보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유독 많은 이야기들을 듣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는 괜히 더 밝은 척 이야기를 건네거나, 일부러 농담을 섞어 상대방을 웃게 만들고 싶은 욕구(?)가 솟아나기도 한다.
“진짜 너무 밝으세요. 장애 아이가 있다고는 생각을 못 하겠어요.”
“장애 아이가 있으면 표정이 늘 어두워야 하나요? 물론 저도 그럴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제 인생 즐겁게 살고 있는걸요.”
“저도 그렇게 지낼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과 많이 이야기를 해 보세요. 저는 지금도 마음 맞는 사람들과 우리의 인생을 즐기는 방법을 함께 찾아가고 있어요.”
하루 8시간의 풀타임 근무를 하게 되면서, 아이들은 엄마보다 외할머니의 손길을 더 많이 타게 되었다. 업무 중에 복지관이나 장애인단체 관련 정보를 확인할 시간이 없다 보니, 필요한 정보는 <모두꽃> 엄마들이 알아서 단톡에 올려준다. 그리고 기관 방문할 일이 있으면, “내가 대신 가서 처리해줄게”라며 먼저 말을 건네 온다. 아들이 복지관과 치료실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 <모두꽃> 엄마들의 레이더망에 걸리면 거의 실시간으로 톡이 온다. 도움이 필요할 때는 알아서 도와주고, 아이가 내 시야에서 벗어나 있어도 수시로 정보가 들어와 안심이 된다. “아이한테 매달려 있지만 말고 너는 일이나 열심히 해!”하고 온 우주가 도움을 주는 느낌이다. 세상에 이런 사람들을 또 만날 수 있을까?
“나 20일에 휴가냈어~~”
“이게 얼마만의 휴가래? 시간 되는 사람 애들 학교 보내고 다 모여!”
역시! 황금 같은 휴가는 <모두꽃>과 함께 해야 한다. 코로나로 바뀐 것이 있다면 금요일 밤 대신 등교 후 브런치 모임이라는 것. 개인적으로는 얼마 만에 만나는 자리인지, 정말로 감개무량이다.
그런데... 약속을 한지 채 열흘도 지나지 않아 다시 일상이 다시 멈추었다. 아이들 학급에서 확진자가 나오고, 주변에서 자가 격리 이야기가 들려오면서 자연스럽게 만남도 취소되었다. 얼굴을 맞대고 눈을 맞춤으로써 더 커지는 공감과 위안이 있는데, 아쉽기만 하다. 그래도 이런 사람들이 곁에 있음에 늘 감사하게 된다. 9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상황에 따라 다른 멤버들을 서로 챙기는 것을 보면, 이 또한 하늘이 주신 인연이 아닌가 싶다.
<모두꽃>의 첫 멤버들이 만난 지 어느덧 5년이 되었다. 장애에 대해, 육아에 대해, 그리고 세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에 만나, 아이들 나이의 딱 절반을 함께 지내왔다. 아마 앞으로도 내 나이만큼, 그래서 최소한 내 평생의 절반이 될 때까지는 함께 할 수 있지 않을까...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모두 다 꽃이야’는 발달장애아를 키우는 엄마들의 이야기이다. 꽃이 어디에서 어떻게 피어도 모두 다 꽃이듯, 우리 아이들과 엄마들도 모두 하나하나의 소중한 꽃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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