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좋은뉴스= 박명영 기자]
거울 앞에서
박명영 시인
거울 앞에 선다는 게 두렵다
고향마을 어귀에 핀 아카시아 꽃으로 다가와
메밀꽃 핀 머리 감추기 작업도 주름진 얼굴로 살아나와
항의한다
지난 세월 헛디뎌 헤맨 흔적과 날기 위한 퍼덕임도
바람에 실려 다시 내 옷자락에 붙고
툭툭 털기 위한 시련도 여전히 안개 저편 거울 속에 머
문다
헝클어진 머리칼보다 더 초라하게 다가선 거울 속 너
세상 흐린 날씨도 웃음으로 날려 버리려 했던
산 중턱에 걸린 안개처럼
헤진 발바닥으로 살아온 여자,
그리고 고향 산 저 편
치렁치렁 생머리로 고무신 신고 줄넘기하며
천진난만하게 웃던 그 소녀로 다시 되살아나고
뒤돌아볼 여유 없이 걸어온 삶들이 신발자국으로 남고
어둡고 외진 골목을 헤맨 흔적도
늘어만 가는 흰 머리칼 앞에 침묵한다, 거울 속에서
오늘도 단발머리 소녀 고무신 신고
고향 앞마당에서 줄넘기한다
시평
이 시는 거울이라는 사물을 통해 현재의 나와 과거의 나를 동시에 마주하는 내면의 여정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거울은 단순히 외모를 비추는 도구가 아니라, 세월과 기억, 상처와 그리움을 모두 비추는 시간의 창으로 기능합니다.
첫 연의 ‘거울 앞에 선다는 게 두렵다’라는 고백은 시 전체를 관통하는 정서를 압축합니다. 주름진 얼굴과 흰머리만이 아니라, 지나온 삶의 흔적까지 마주해야 하는 두려움이 절절하게 전달됩니다. 이어지는 아카시아꽃, 메밀꽃, 안개등은 고향의 이미지들로 한 인간의 기억을 향기로 되살리며 정서를 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