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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 법령과 시설을 넘어 사람을 안전경영하라 김성제

 

대한민국 산업현장의 현실은 지금 안전경영의 중요한 전환점에 위치한다.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안전시설을 확충하며, 위험성평가와 안전보건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이제 안전은 생산성과 경영의 주변 업무가 아니라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경영요소가 되었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을 던져 보아야 한다. 즉, “안전시설과 제도가 충분하면 중대재해는 사라지는가?”라는 것이다.

 

아무리 우수한 안전장비와 정교한 매뉴얼을 갖추어도 작업자가 위험을 가볍게 여기거나 익숙함 때문에 절차를 생략하고, 동료의 위험을 보고도 침묵한다면 사고는 담보되지 않는다. 결국 안전경영의 최후 지점에는 언제나 사람의 행동이 있다. 이제 대한민국의 안전경영은 시설과 제도 중심의 관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안전인성(Safety Character)’을 기반으로 하는 사람 중심의 안전문화를 구축해야 한다. 안전인성이란 단순히 안전지식을 많이 알고 교육을 이수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위험을 민감하게 감지하는 능력, 안전수칙과 작업절차를 자발적으로 준수하는 책임성, 동료의 위험을 외면하지 않는 배려와 소통, 위기 상황에서 즉시 작업을 중단하고 대응하는 실천적 역량을 뜻한다. 쉽게 말해 안전을“누군가 시켜서 지켜야 하는 규칙”이 아니라“나와 동료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당연히 실천해야 할 삶의 원칙”을 칸트(I. Kant)의 정언명령(定言命令)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안전경영의 핵심은 시스템과 사람의 결합에 있다. 안전보건관리체계가 조직의 안전을 위한 구조라면, 안전인성은 그 구조를 실제 현장에서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다.

위험성평가도 단순한 서류 작성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작업자가 직접 현장의 유해·위험요인을 발견하고 동료와 공유하며 개선방안을 제안하는 참여형 예방활동으로 발전해야 한다. 작업 전 TBM(Tool Box Meeting) 역시 형식적인 교육이 아니라 “오늘 작업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무엇인가”를 함께 확인하고 대응방법을 논의하는 리스크 커뮤니케이션(Risk Communication)의 장(場)이 되어야 한다. 특히 위험을 발견했을 때 누구나 작업을 멈추고 의견을 말할 수 있는「작업중지권」의 실질적 보장이 중요하다. 위험을 발견하고도 말하지 못하는 조직은 사고를 예방할 수 없다. 따라서 안전한 조직은 위험을 보고한 사람을 탓하는 조직이 아니라, 위험을 조기에 발견하고 정보를 공유한 사람을 인정하는 조직이어야 한다.

 

안전교육 역시 변화가 필요하다. 법정교육 시간을 채우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사고사례 분석과 체험형 교육, 현장 토론 등을 통해 구성원의 위험지각(Risk Perception)과 안전행동을 변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경영진의 역할도 중요하다. 안전은 특정 부서나 안전관리자만의 업무가 아니다. 최고경영자부터 현장 근로자까지 안전을 공동의 책임으로 인식해야 한다. 경영진이 직접 현장을 살피고 구성원의 목소리를 듣고 위험요인을 신속하게 개선할 때 안전은 비로소 조직의 핵심 가치로 자리 잡는다.

 

결국 대한민국의 안전경영은 다음의 질문으로 새롭게 시작되어야 한다.“우리 조직은 얼마나 많은 안전시설을 갖추고 있는가?”가 아니라 “우리 조직의 구성원은 위험 앞에서 어떤 행동을 하는가?”라는 물음이다. 안전시설은 사고 가능성을 낮출 수 있고, 제도는 책임을 분명히 할 수 있다. 그러나 위험 앞에서 작업을 멈추고, 동료에게 위험을 알리며, 원칙을 지키는 마지막 행동은 결국 사람에게서 나온다. 법을 집행하고 시설을 관리하는 데 머물지 않고 사람을 경영하는 것, 그것이 대한민국이 지향해야 할 진정한 안전경영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안전인성’이 있어야 한다. 중대재해 없는 사회는 거대한 구호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작은 위험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관심, 동료의 위험을 외면하지 않는 배려, 위험하면 멈출 수 있는 용기, 그리고 안전수칙을 자신의 품격처럼 실천하는 책임감에서 시작된다.

 

그런데 전세계적으로 산업재해의 원인을 개인의 부주의 등 당사자 책임에서 조직 및 관리자 책임으로 눈을 뜨게 된 변화에 수백 년이 흘렀다. 이와 관련해 다시 그 원인을 개인적인 인성 부족으로 돌리려는 시각은 결코 아니다. 역시 안전한 설비와 작업환경, 합리적인 작업절차, 경영진의 책임과 조직문화가 우선 뒷받침되어야 함을 인정한다. 다만 이러한 시스템이 실제 산업현장에서 작동하는 최후 순간에는 구성원의 판단과 행동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안전인성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즉,“시설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것을 넘어, 사람이 안전하게 행동할 수 있는 환경과 조직문화를 경영하는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의 안전경영은‘안전관련 법령과 시설’을 넘어‘안전하게 행동하는 사람’, 그리고 ‘안전을 지지하는 조직문화’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진화(進化)해야 한다. 그것이 중대재해 예방과 지속가능한 안전사회를 향한 가장 근본적인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휘연 김성제 프로필

 

○ 서울디지털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객원교수

○ 전)건국대 대학원 안보재난관리학과 겸임교수

○ 서울시립대 대학원 재난과학박사(Ph. D)

○ 소방청 인천계양소방서 근무, 암 수술 공상자, 병역 명문가

○『교육학개론』,『안전기술과 미래경영』,『ESG 경영전략』공저출판

○ (사)한국ESG학회, (사)소방안전교육사협회, 국민안전인성 교육문화 연구회장

○ 시인, 수필가, (사)한국문인협회, (사)한무리창조문인협회, 하나로국제문화예술연합회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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