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좋은뉴스= 이광석 전문기자] “제가 지금까지 해온 활동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사람’인 것 같습니다.”
부산이 고향인 박주현씨는 군에서 35년 가까이 복무하고 2023년 전역한 그는 제2의 인생을 시작할 곳으로 안산을 선택했다. 군 생활 마지막 5년을 보낸 곳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원곡동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지금은 원곡동에서 지인행정사사무소를 운영하며 외국인들의 체류·영주·국적 등 출입국 관련 업무와 각종 행정업무를 돕고 있다. 원곡동 주민자치회장과 안산시주민자치협의회 사무총장을 지냈고, 현재는 다섬화인연합회 사무국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행정사가 제 생업이라면, 주민들과 마을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어려운 이웃 곁에 서는 것은 제가 안산에서 살아가는 또 하나의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원곡동을 조금 다르게 바라봤으면 좋겠습니다”
박 씨는 주민자치 활동을 하면서 원곡동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바꾸고 싶었다고 말한다. 원곡동은 다양한 국적과 문화가 공존하는 곳이지만, 때로는 ‘외국인 거리’라는 편견 속에서 바라보기도 한다. 그래서 직접 다문화거리 문화해설 활동을 시작했다. 학생과 시민, 기관·단체 방문객들과 골목을 걸으며 원곡동의 역사와 여러 나라의 문화, 이곳에서 살아가는 외국인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처음에는 원곡동을 낯선 곳으로 바라보던 분들이 이야기를 듣고 나서 ‘아, 여기도 사람들이 살아가는 우리 동네구나’라고 생각하게 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최근에는 안산시마을만들기지원센터가 선정한 ‘마을지식인 10인’으로 활동하며 ‘상호문화 talk talk’을 주제로 시민들에게 다문화와 상호문화에 대한 이야기도 전하고 있다.
“밥 한 끼가 사람을 다시 만나게 하기도 합니다”
그가 가장 애정을 갖고 참여하는 활동 가운데 하나는 다섬화인연합회 무료급식소다. 2023년 4월 시작해 현재까지 168회 이어지고 있다. 매주 토요일이면 자원봉사자들이 모여 고령의 중국동포와 지역 어르신들에게 따뜻한 점심을 대접한다. 어버이날 효 잔치와 초복 삼계탕 나눔, 건강체조와 문화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한다.

“무료급식소가 어르신들에게 단순히 밥을 먹는 곳만은 아닌 것 같아요. 일주일에 한 번 사람을 만나고 서로 안부를 묻는 자리이기도 하니까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묻자 그는 의외로 특별한 행사가 아닌 평범한 순간을 이야기한다.
“식사를 마치고 가시면서 ‘오늘도 잘 먹었다’, ‘고맙다’고 웃으며 말씀하시는 모습을 보면 제가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받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에게 봉사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고 ‘잘 지내셨어요?’라고 묻는 것, 따뜻하게 손 한번 잡아주는 것도 봉사라고 생각합니다. 무엇을 얼마나 많이 주었느냐보다 그 사람의 외로움과 어려움을 얼마나 가까이에서 함께했느냐가 중요하지 않을까요.”
“안산은 제 인생 후반전을 다시 시작하게 한 곳입니다”
박 씨에게 안산, 특히 원곡동은 단순한 삶의 터전 이상의 의미가 있다.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한 골목에서 살아가지만, 가족을 걱정하고 자녀의 미래를 생각하고 더 나은 삶을 꿈꾸는 마음은 다르지 않습니다.”

그는 행정사 업무 역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제도와 언어가 익숙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외국인들에게 필요한 행정절차를 안내하고 해결 방법을 함께 찾아주는 것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지역사회 봉사라고 여긴다. 문화해설, 상호문화 교육, 무료급식, 행정사 업무는 서로 달라 보이지만 결국 하나의 방향을 향하고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조금씩 좁히는 일이다. 추석을 앞두고 그가 전하고 싶은 말도 소박하다.
“이번 명절에는 우리 주변을 한 번 더 돌아봤으면 좋겠습니다. 혼자 계신 이웃에게 ‘명절 잘 보내세요’, ‘건강하세요’라고 먼저 인사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명절 선물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가 꿈꾸는 안산을 이렇게 표현했다.
“국적과 출신을 먼저 묻기보다 서로를 ‘우리 동네 사람’, ‘우리 이웃’으로 바라보는 도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인과 외국인 주민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함께 웃을 수 있는 따뜻한 안산을 만드는 데 저도 계속 작은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