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좋은뉴스= 강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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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출발한 나눔의 손길이 국경을 넘어 세계 곳곳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글로벌생명나눔은 지금까지 22개국에 64차례, 약 1,139억 원 상당의 의약품과 의료기기 등 구호물품을 지원하며 대한민국 민간 국제구호의 따뜻한 힘을 보여주고 있다. 그 중심에서 기업과 후원자, 각계 전문가와 자원봉사자들을 연결하며 ‘나눔의 길’을 만들어온 김정남 대표를 만나 그의 삶과 글로벌생명나눔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약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생명을 나누는 일입니다.”
전쟁이 계속되는 우크라이나에서, 아프리카 지부티의 난민촌에서, 의료시설과 의약품이 부족한 캄보디아와 라오스에서, 한국에서 출발한 컨테이너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 안에는 의약품과 의료기기, 생활에 필요한 물품이 담겨 있다.
그 컨테이너를 보내는 사람들 가운데 글로벌생명나눔 김정남 대표가 있다.
“우리에게는 쉽게 구할 수 있는 약 하나가 그곳에서는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도 있습니다. 필요한 곳에 필요한 것을 보내는 것, 거기서부터 나눔이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김 대표가 이끌고 있는 사단법인 글로벌생명나눔은 개발도상국의 의료·교육 인프라 지원을 목적으로 활동하는 국제구호 NGO다. 단순히 구호물품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의약품과 의료기기 지원, 의료환경 개선, 교육 인프라 지원을 통해 현지 주민들이 보다 건강하고 안정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제약인의 경험을 국제구호의 자산으로
김 대표는 오랜 기간 제약업계에서 활동한 제약인이다. 전 보령제약 이사로 근무한 그는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는 의약품과 제약 분야의 네트워크를 사회를 위한 좋은일에 사용할 방법을 고민해왔다.
그의 나눔 활동은 안산의 외국인 주민들과 함께하면서 구체화됐다. 2009년경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원곡동을 중심으로 공연과 무료진료, 법률상담, 생활물품 지원 등이 결합된 외국인희망축제를 진행하면서 이주민들의 어려운 삶을 가까이에서 접했다.
국내 외국인 지원에서 시작된 그의 관심은 점차 해외의 의료 취약지역으로 확대됐다.
2020년 6월 (사)글로벌생명나눔이 비영리법인으로 정식 허가를 받은 이후 국제구호 활동은 더욱 체계화됐다. 라오스, 시에라리온, 네팔, 에티오피아, 아프가니스탄, 탄자니아, 캄보디아, 우크라이나, 시리아, 말라위, 몽골, 지부티, 미얀마, 레바논 등으로 활동 무대가 넓어졌다.
이제 글로벌생명나눔은 한국에서 도움이 필요한 국가를 찾아가는 단계를 넘어, 세계 여러 국가에서 먼저 지원을 요청하는 국제구호단체로 성장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현장까지…구호를 넘어선 ‘민간외교’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글로벌생명나눔의 신속한 대응은 국제구호단체로서의 역량을 보여준다.
전쟁이 발발하자 글로벌생명나눔은 의약품과 의료물품 확보에 나섰고, 2022년에는 긴급성을 고려해 1~3차 물품을 항공으로 수송했다. 이후 해상 운송을 병행하면서 2023년까지 모두 7차례, 약 588만 달러 상당의 물품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했다.
이 같은 활동으로 글로벌생명나눔은 우크라이나 보건부장관과 국회로부터 감사장을 받았다.
김 대표와 글로벌생명나눔의 활동이 의미 있는 것은 지원이 일회성 물품 전달에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현지 정부와 보건당국, 기관들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구축하면서 대한민국의 민간단체가 국가 간 우호관계를 만드는 가교 역할까지 하고 있다. 물품이 전달되는 현장에서는 ‘대한민국에서 온 지원’이라는 사실 자체가 현지 주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정부 차원의 외교가 국가와 국가를 연결한다면 글로벌생명나눔은 의약품과 의료지원으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민간외교를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아프리카 난민들이 기다리는 ‘대한민국 컨테이너’
김 대표가 잊지 못하는 곳 가운데 하나는 아프리카 지부티다.
지부티에는 소말리아와 예멘, 에티오피아 등에서 온 4만여명의 난민들이 생활하고 있다. 작년에 미국에서 지원을 중단하여 현지 사정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김 대표가 현지 관계자로부터 들은 한마디는 그에게 큰 책임으로 남았다.
“난민들이 글로벌생명나눔 컨테이너가 들어오기를 1년 내내 기다린다는 거예요.”
글로벌생명나눔은 2024년 지부티 난민촌에 약 169만 달러 상당의 물품을 지원했다.
멀리 아프리카의 난민들이 기다리는 것은 컨테이너 한 대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 컨테이너에는 한국 기업들이 기부한 의약품과 의료용품, 한국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분류하고 포장한 물품들이 담겨 있다.
그들에게는 결국 대한민국에서 온 도움의 손길인 것이다.
해외만 바라보지 않는다…안산에서 시작해 국내 취약계층까지
글로벌생명나눔의 또 하나의 특징은 해외지원과 국내지원을 함께하고 있다는 점이다.
안산 사할린동포 고향마을 주민 지원을 비롯해 외국인 자녀 등 취약아동 지원, 외국인희망축제, 난민을 위한 희망나눔축제 등을 진행해 왔다.
특히 안산·시흥·금천구 등에서는 드림스타트, 지역아동센터, 그룹홈 등과 연계해 위기아동을 지원하고 있으며 고려인 아동 지원에도 참여하고 있다.
안산시 등 9개 지방자치단체와 협력관계를 구축했고, 육군, 해군, 해병대 34개 부대에 45차레 위문물품을 전달했으며, 여성쉼터와 무료급식소, 노인 및 장애인 시설에도 필요한 물품을 전달하고 있다.
명절이면 또 다른 나눔이 시작된다.
설과 추석에는 낙도 등 상대적으로 지원의 손길이 닿기 어려운 취약지역 교회와 시설 약 300곳에 ‘사랑나눔박스’를 전달한다. 대한노인회 산하 경로당에는 구급함과 필요한 물품을 지원하고 있다.
김정남 한 사람의 힘이 아니다…각계 전문가들이 받치는 조직
글로벌생명나눔의 성장에는 김 대표의 추진력 못지않게 탄탄한 인적 네트워크가 있다.
전 보건복지부 차관을 지낸 신언항 이사장을 비롯해 전 기재부 재정차관보를 지낸 이수원 선임이사, 국정운영실장·국무차장, 전 육군교육사령관, 전 국회의원·안산시장, 전 식품의약품안전처 차장, 의료인, 국제개발 전문가 등 각계 전문가들이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해외사업위원회에는 전 한국아프리카학회장과 전직 대사 등이 참여하고 있고, 군 지원위원회에도 전 해군작전사령관과 전 해병대사령관 등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이 힘을 보태고 있다.
김 대표 한 사람의 열정으로 움직이는 단체가 아니라 행정·보건의료·외교·국제개발·군·기업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각자의 경험과 네트워크를 나누는 조직으로 성장한 것이다.
167개 법인 후원자…꾸준한 후원이 만든 1,139억 원의 기적
또 하나의 중요한 축은 기업과 후원자들이다.
글로벌생명나눔을 지원하는 기업은 167개로, 이 가운데 제약회사만 82개에 이른다.
동국제약, 종근당, 일동제약, 대웅제약, 광동제약, 한미약품, 유한양행, GC녹십자, 동아제약, HK이노엔을 비롯한 제약기업들과 의료기기·건강기능식품·식품·생활용품 관련 기업 및 기관들이 나눔에 동참해 왔다.
기업들이 보내온 물품은 반월공단에 있는 250평의 창고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다시 많은 사람의 손을 거친다.
자원봉사자들이 매주 토요일에 모여서 의약품을 종류별로 분류하고 영문 스티커를 붙인 뒤 박스에 포장한다. 다시 팔레트에 적재하고 컨테이너에 싣는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수천㎞ 떨어진 해외 현장으로 출발한다.
자신의 월급까지 보태면서 지켜온 책임
그러나 큰 규모의 후원물품이 들어온다고 해서 단체 운영이 항상 넉넉한 것은 아니다.
물품을 해외로 보내려면 창고 운영과 분류·포장, 운송과 선적 등 적지 않은 비용이 뒤따른다. 지원해야 할 곳은 계속 늘어나지만 이를 뒷받침할 운영재원은 언제나 충분한 것이 아니다.
그 과정에서 김 대표는 자신의 월급까지 다시 단체 활동에 보태왔다.
가족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아내 역시 처음에는 남편이 자신의 돈과 시간을 끊임없이 나눔에 쏟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내가 남편과 함께 현장을 다니며 도움을 받은 사람들을 직접 만나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남편이 말하던 ‘수혜자’가 아니라 실제 한 사람의 얼굴을 보고, 도움을 받은 사람들이 건네는 감사의 말을 들으면서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었다. 이제 아내는 남편의 활동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후원하며 그의 가장 가까운 동반자가 됐다.
10월 24일, 다시 2천명의 이웃을 만난다
오는 10월 24일 안산시 상록구청 앞 석호공원에서는 ‘제8회 해외난민 희망나눔축제(Hope Sharing Festival)’가 열린다.
글로벌생명나눔과 (사)미래안산, 약사신문사(팜뉴스)가 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우크라이나 난민과 고려인, 외국인·다문화 주민, 탈북민 등 취약계층 약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의류와 잡화, 생활용품,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등을 나누고 어린이를 위한 선물과 페이스페인팅, 풍선아트와 공연도 준비한다.
이번 행사는 단순히 물품만 받아가는 행사가 아니다.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인사하며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마음을 전하고 나누는 자리다.
김 대표가 오랜 시간 이 일을 계속하는 가장 깊은 동력에는 신앙이 자리하고 있다.
“거창한 일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나님게서 내 이웃을 사랑하라고 하셨으니, 제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그 말씀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것이지요.”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필요한 사람에게 건네는 것.
아픈 사람에게 약을 전하고, 배고픈 사람에게 먹을 것을 전하며, 그 과정에서 서로의 삶을 알아가는 것.
국경과 인종, 언어를 넘어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의 이웃이 되는 일.
그것이 김정남 대표가 지난 세월 동안 만들어온 ‘글로벌생명나눔’의 길이다.
글로벌생명나눔이 지난 시간 동안 세계 곳곳에 보내온 것은 의약품과 구호물품만이 아니었다.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외면하지 않는 대한민국의 따뜻한 얼굴도 함께 보내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