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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의 이야기 ‘모두 다 꽃이야’/제32화

친정 엄마

이웃의 이야기 ‘모두 다 꽃이야’/제32화

 

친정 엄마

 

김정아

 

지난 2월, 필자의 ‘엄마’는 그동안 하던 일에서 물러나셨다. 자식들에게 부담되기 싫어 다른 일들을 알아보시는데, 필자는 ‘이제 다른 사람 말고 일과 육아를 병행하느라 힘든 엄마 딸 도와주면 안 되겠냐’고 손을 벌렸다. 그렇게 해서 3월부터 엄마는 이제 외손자와 함께 낮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처음에는 엄마가 장애인용 콜택시를 잘 이용할 수 있을지, 학교 온라인 수업을 잘 들어갈 수 있을지, 손자가 공부하기 싫다고 하거나 치료실에 가기 싫다고 떼쓰며 힘들게 하면 감당할 수 있을지, 엄마와 아들의 모든 것이 걱정이었다. 하지만 한 달 반이 지난 지금에 와서 보니, 괜한 걱정들이었다.

 

할머니보다 컴퓨터를 잘 하는 아들은 혼자서 온라인 학습을 한다. 할머니는 공부시간과 쉬는 시간을 조절해주며 손자의 학습을 도와준다. 손자가 잘 챙기지 못하는 과제나 준비물 공지를 챙기고, 복지관이나 발달센터 치료에 동행한다. 친정 엄마와 아들을 복지관에서 본 지인들의 말에 의하면, 아들이 엄마랑 왔을 때보다 할머니랑 왔을 때 더 안정적인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 할머니 옆에 얌전히 앉아 이야기하며 기다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인사도 먼저 건네는 등 전에 없이 차분하게 행동한다는 것이다.

 

평소엔 내 옆에 잘 앉아있지 않고 주변을 서성이던 아이인데, 친정 엄마와 필자의 차이는 무엇일까? 엄마도 40년 이상 발달장애 남편과 함께 사신 분이다. 사는 내내 아빠의 말과 행동에 답답해했던 엄마였는데, 손자에게는 그렇지 않은 걸까? 지금 생각해보면, 엄마는 참 말이 없는 분이다. 자식들에게도 이래라 저래라 한 적이 거의 없고, 아빠에게도 답답해할지언정 평상시에 잔소리가 많은 편은 아니었다. 그저 묵묵히 감내하며 당신의 할 일을 하는 분이셨다. 그런 엄마의 성정이 손자에게도 전해져서, 아들이 그렇게 편안해진 것이 아닐까 싶다.

 

새로운 것에 대해서는 호기심보다 두려움이 큰 아들이다. 그것이 공간이든, 사람이든, 사물이나 기술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아들의 언어와 상호작용 수준이 높아질수록, 자꾸 욕심을 부리게 된다. 그러다보니 아들에게 가르치고 싶은 것이 많아지고, 덩달아 잔소리도 많아졌다. 이것이 아들에게는 간섭으로 느껴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상황에 맞닥뜨리면 무의식적으로 잔소리가 나왔다. 아들의 특성을 머리로 아는 것과 실제 행동이 일치하지 않았다. 이것이 필자의 가장 큰 문제임을 알지만, 알면서도 잘 고쳐지지가 않았다.

 

친정 엄마에게 전화해서 아들이 공부를 잘 하고 있는지, 할머니를 힘들게 하는건 없는지 물어보면 돌아오는 대답은 항상 비슷하다. “지 혼자도 잘 해서 내가 도와줄게 없어!” “지가 할머니 커피도 내려주고, 컴퓨터도 할미보다 잘 하고, 내가 도움을 받고 있어!” 이렇게 아들에 대한 긍정적인 대답 일색이다. ‘아이가 가진 능력을 믿고, 그 속도를 인정해주고, 또 아이가 가진 특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남들에게 떠들고 다니면서도, 정작 내 자식에게는 잔소리꾼 엄마일 뿐이었던 필자의 모습이 부끄럽기 짝이 없다. 비록 장애 관련 책 한 권 읽지 않았지만, 아이에게는 할머니가 엄마보다 나은 보호자이고, 조력자였던 것이다.

 

아들이 친정엄마와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그 편안함을 배웠으면 좋겠다. 세상을 보는 긍정적인 시선을 배웠으면 좋겠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 대한 불편함이나 불안감이 많이 줄어들었으면 좋겠다. 필자에게는 부족한 삶의 여유를, 아들이 친정 엄마를 통해 알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성인이 된 후 ‘엄마’ 품을 벗어났다고 생각했는데, 자식은 영원히 ‘엄마’의 품 안일 수밖에 없나보다. 나이 마흔이 넘어 이렇게 다시 엄마 품을 찾아 들어간 것을 보면 말이다.

 

 

‘모두 다 꽃이야’는 발달장애아를 키우는 엄마들의 이야기이다. 꽃이 어디에서 어떻게 피어도 모두 다 꽃이듯, 우리 아이들과 엄마들도 모두 하나하나의 소중한 꽃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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