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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의 이야기 ‘모두 다 꽃이야’/제39화 발달장애인과 형사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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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의 이야기 ‘모두 다 꽃이야’/제39화

발달장애인과 형사처벌

 

필자 김정아

 

 

 

 

“층간소음 문제로 윗집과 아랫집의 엄마들이 소리를 지르며 싸우고 있습니다. 이것을 본 윗집에 사는 자폐성 장애인이 아랫집 아주머니에게 침을 뱉었습니다. 이 장애인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까요, 안 될까요?”

 

얼마 전, 발달장애 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법률교육에서 강사로 나섰던 변호사가 던진 질문이다. 모두가 망설이는 가운데, 필자는 형사처벌 대상이 되지 않을 것 같다고 손을 들었다. 해당 자폐인이 중증 장애인으로 등록되어 있고, 자신의 행동이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을 것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질문의 의도를 생각하면 처벌 대상이 되겠구나 싶었지만, 필자의 평소 법 감정과 처벌이 되지 않기를 희망하는 마음을 담아 대답했다. 그러나 정답은 역시.. 처벌대상에 해당된다는 것이었다.

 

형사범죄는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위법성과 책임 있는 행위라는 세 가지 요건을 갖추면 무조건 성립된다고 한다. 구성요건이란 형사처벌 규정에서 금지하고 있는 행위를 하는 것을 의미하며, 구성요건에 해당되면 일단은 위법하고 책임 있는 행위였음을 전제로 시작한다. 그리고 여기에서 위법성이나 책임을 면할 수 있는 사유가 인정되는 경우에만 형사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한다. 전자의 대표적인 예가 정당방위이고, 후자의 대표적 예가 심신(心神)장애나 현재는 폐지된 주취로 인한 심신미약 등이다. 그러나 위법성이나 책임 조각사유가 없다면, 무조건 형사범죄가 성립되고 당연히 처벌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기준에서 최중증의 극소수를 제외하면 발달장애인이 형사처벌에서 면제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한다. 그러니 변호사가 던진 질문 속 자폐성 장애인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다.

 

이런 설명을 들으며 필자의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다.

지적장애를 가진 아버지가 동네 길가에서 폐지인 줄 알고 박스를 주워왔는데, 그 안에 물건이 들어있어 절도죄로 처벌을 받은 적이 있었다. 즉결 심판으로 넘어가 벌금을 낸 것을 떠올리며, 「모두다꽃이야」(2021년 7월12일자)에서도 형사처리 과정에서의 아쉬움과 불만을 토로한 바 있다. 그런데 형사법의 구조를 알고 나니 그게 너무나 당연한 절차였다. 아버지는 법에서 금지한 남의 물건을 가져오는 행위를 했고, 그 행위의 위법성을 면할 만한 아무런 사유가 없었다. 그리고 극심한 정신장애를 가진 것도 아니어서 책임을 면할 방법도 없었다. 당연히 유죄이고, 그 과정에서 발달장애인이라는 약간의 정상참작만 가능한 사안이었던 것이다.

 

필자처럼 평범한 사람이 형사법에 대해 고민해 볼 일이 얼마나 있을까? 그런데 이런 원칙론적인 형사법을 알고 나니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우는 것이 덜컥 겁이 났다. 장애 여부를 떠나, 요즘 아이들이 가장 저지르기 쉬운 범죄가 사이버 명예훼손이라고 한다. 무심코 쓴 댓글로도 처벌이 가능한 반면, 처벌을 면하기 위해서는 신고자와의 합의를 통한 고소 취하 밖에 방법이 없다고 한다. 합의란 결국 합의금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재산상의 피해도 막대할 수 있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발달장애인에게도 징역형을 선고하는 경우가 증가하는 추세이고, 감옥에 가면 집단 괴롭힘을 당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 변호사의 경고였다.

 

지금까지 필자는 아이가 형사사건의 당사자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구체적으로 해 본 적이 없었다. 있다고 해도 피해자일 것을 가정했지, 자의든 타의든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은 간과하고 있었다. 변호사는 소위 “삥”을 뜯기는 수준의 사건은 어쩔 수 없다 넘어가고, 우리 아이들이 더 큰 문제를 일으키거나 휩쓸리는 일을 막아보자는 것이 자신이 부모교육을 하는 목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의 예방은 금지 행위를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는 것 같다고도 했다.

 

형사사건에 연루되는 발달장애인은 자립적으로 사회활동을 영위하는, 소위 기능이 좋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이런 사람들을 타깃으로 삼는 경우도 많다고 하니, 자립을 목표로 아이를 키우고 있는 필자에게는 가슴이 철렁한 이야기였다. 아직 준비할 시간이 있어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모든 상황을 예측하고 알려줄 수 없어 막막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변호사의 명함을 챙기면서도,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 복잡함은 지금도 진행형이거니와, 미래에도 진행형일 테지...

 

 

‘모두 다 꽃이야’는 발달장애아를 키우는 엄마들의 이야기이다. 꽃이 어디에서 어떻게 피어도 모두 다 꽃이듯, 우리 아이들과 엄마들도 모두 하나하나의 소중한 꽃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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